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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박상기 법대학장, 로스쿨 도입과 과제

2005-05-12 18:00:58

<로스쿨 도입과 과제>

박상기 교수
연세대 법대 학장

로스쿨 입학정원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박상기 연세대 법과대학 학장은 로이슈에 기고한 칼럼에서 “로스쿨 최초 도입시 정원규모는 2,000명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상기 학장은 그러면서 “이 경우 합격률 80퍼센트를 유지할 경우 변호사 배출인원은 약 1,500여명이 될 것”이라며 “첫 로스쿨 졸업생이 배출될 6년 후인 2011년 한국사회는 이 정도의 변호사는 최소한 배출해야 변호사간 현재와 같은 사건 수임경쟁이 아닌 전문성 경쟁을 유도하고 국제화된 국제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변호사가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로이슈는 박상기 학장이 기고한 ‘로스쿨 도입과 과제’라는 칼럼 전문을 아래와 같이 게재한다.
- 편집자 주 -
< 로스쿨 도입과 과제 >

I. 현재의 상황

지난 해 12월 28일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2003-2004)에서 도입을 결정한 로스쿨(우리나라에서는 ‘법학전문대학원’으로 불리게 될 것이다)이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이하 ‘사개추’)에서 구체화되어 가고 있다. 각 대학은 로스쿨 인가 여부가 학교의 위상이 결정되는 문제로 인식하고 인가를 받기 위하여 경쟁적으로 재정지원을 하고, 교수를 충원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과열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낭비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어차피 새로 짓는 건물은 교육시설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고, 교수확충은 로스쿨과 무관하게도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일정은 5월 중에 사개추에서 로스쿨 관련 법령을 통과시키고 국무회의 의결 등 절차를 거친 후 9월 정기국회에서 확정하도록 계획되어 있다(5월 9일 사개추 실무위원회에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되었다). 어떠한 변수가 나타날지 모르지만 만일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된다면 내년 3월부터 6월에 걸쳐 인가신청과 대학별 실사를 포함한 심사를 거쳐 9월까지 로스쿨을 확정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하여 교육인적자원부 산하에 법학교육위원회를 조직하고 이 위원회에서 로스쿨의 인가 및 심사 등을 담당한다.

II. 미국 로스쿨의 초기 형태

그 동안 로스쿨 도입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이 교육제도가 영미법 체계 속에서 발달한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법체계와 법학교육 제도는 별개의 문제이다. 흔히 미국 로스쿨이 학생들에게 소크라테스 식 교육을 시키므로 영미법과 다른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미국 로스쿨이 맞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는데 이는 타당학 지적이 아니다. 미국에서 소크라테스 식 교육방법을 활용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교수가 모든 과목에서 하는 것은 아니며, 이 방법은 교육효과를 높이기 위한 교육방법이지 교육제도가 아니다. 그리고 이 방법의 효과에 대한 비판적 견해도 많기 때문에 소크라테스 식 교육방법이 미국 로스쿨의 성격을 규정짓는 유일한 기준은 아니다. 독일에서도 이 방법을 통하여 법학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로스쿨이 처음 등장한 시기는 1800년대이다. 당시 미국에서 법률가는 제도화된 교육기관에 의하여 양성된 것이 아니라 영국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개인에 의한 도제식 교육(apprenticeship)을 통하여 배출하였다. 예를 들면 법률사무소에서 블랙스톤(Blackstone)이나 코크(Coke)와 같은 영국의 법률가가 저술한 법률서적을 읽는 것이 법률교육이었다. 그러므로 법률사무소에서는 법률을 공부할 학생을 모집하는 광고도 내었는데 학생이라고 해봐야 고작 3-4명 정도에 불과하였으며 대학을 졸업할 필요도 없었다. 이처럼 미국 로스쿨은 법률교육을 시키는 법률사무소가 효시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형태로서 가장 최초의 학교는 1784년에 리브(Tapping Reeve)판사가 코네티컷(Connecticut)주 리치필드(Litchfield)에 설립하였다. 리치필드 법학교에서는 강의방식으로 교육을 하였는데 강의교재는 간행되지는 않았다. 교재를 간행하는 것은 학생들이 학비를 내고 강의를 듣는 인센티브를 사라지게 할 것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강의는 주로 블랙스톤의 교재(Commentaries on the Laws of England, 1765-1769)를 가지고 이루어졌다.

리치필드 법학교 형태의 법학교육이 법과대학의 교육으로 대체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고, 19세기에 들어서서도 오늘날과 같은 로스쿨은 나타나지 않았으며 대학 교양교육의 일환으로 몇 개의 법학과목을 가르쳤을 뿐이었다. 즉 법조인 양성을 위한 법학교육이 아니었다. 최초의 로스쿨은 1816년에 정식 법학교수직을 창설한 하버드 로스쿨(Harvard Law School)이다. 그러나 하버드 로스쿨이 본격적으로 발전을 한 것은 조셉 스토리(Joseph Story)가 교수가 된 1829년부터이다. 그 후 법학교육에 혁명적 변화를 이룩한 랭델(Christopher Columbus Langdell)교수가 로스쿨 최초의 학장이 된 1870년 이후 하버드 로스쿨은 교육제도와 교육방법에서 미국 로스쿨의 전형이 되었다.

III. 사개추의 로스쿨(안)

1. 로스쿨 도입취지와 필요성

로스쿨 도입의 필요성은 이해력과 지적 성숙도가 어느 정도 갖추어진 학생에게 법학을 가르칠 필요성과 함께 우리에게 특유한 배경에서 비롯된다. 즉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풍부한 교양,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이해 및 균형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복잡다기한 법적 분쟁을 전문적·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한 것이다. 동시에 국제화 시대에 부응하는 능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이다.

사실 현재의 법학교육은 사법시험제도로 인하여 시험과 관련된 과목 이외에는 교육수요가 없는 상황이다. 연구와 후진양성을 잘 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그리고 법조인의 국제화는 그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후순위로 밀려나는 관심사항에 불과하였다. 이러한 국내 법조인 양성의 실정으로 인하여 외국의 세계적인 로펌은 국제화된 변호사를 홍콩 등에 상주시키면서 국내의 대기업 관련 법률업무를 도맡아 수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국가간 협정을 체결하거나 무역 등 협상을 하는 경우 변호사가 대표로 나서지는 못하더라도 법률자문은 필수적인데도 불구하고 관련 부처 공무원만이 참석하여 협상을 하는 미숙함과 무모함 역시 우리 기업의 활동모습과 다르지 않다. 예를 들면 국방부가 무기도입을 위하여 외국의 방위산업체와 무기구매협상을 할 경우 변호사를 대동하여 협상에 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통하여 불리한 무기구매협상이 예방되고 도입한 무기에 문제점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사후대책이 법적으로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국제기구에 참여하여 활동할 수 있는 법률가의 양성이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현재의 법과대학생들은 사법시험 준비를 위하여 거의 서른 살이 되도록 같은 내용의 시험공부만을 계속하고 있다. 그 결과 대학 입학 때에는 가장 우수하던 외국어 실력은 수준이하로 떨어지고 사회와 유리된 수험생활을 함으로써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과 법 인식에서 일반의 상식과 동떨어진 가치관이 형성될 위험성이 있다. 이처럼 가장 상식적 판단을 하여야 할 법률가가 고립된 생활 속에서 형성된 사고로 사회적 갈등과 분쟁을 재단하는 위험성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2. 도입예정인 로스쿨의 모습

현재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서 마련 중인 로스쿨의 규모와 형태는 우리의 현실을 개선하기에는 미흡하다. 언론에서 보도한 것처럼 전체 1,200명 규모의 로스쿨은 현재 사법시험 합격자 수인 1,000명을 배출하기도 어렵다. 80퍼센트를 합격시키더라도 960명에 불과하고 더군다나 성적이나 다른 사정으로 중도 탈락자가 생길 것을 감안하면 겨우 800여 명이나 합격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로스쿨이 예정대로 도입되더라도 2011년에야 첫 졸업생이 배출되고 변호사 시험에 응시하게 될 것인데 지금부터 6년 후의 변호사 배출인원을 현재의 수준에 맞추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렇다면 최초 도입시 정원규모는 2,000명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 경우 합격률 80퍼센트를 유지할 경우 변호사 배출인원은 약 1,500여명이 될 것이다. 첫 로스쿨 졸업생이 배출될 6년 후(2011년) 한국사회는 이 정도의 변호사는 최소한 배출하여야 변호사간 경쟁(현재와 같은 사건 수임경쟁이 아니라 전문성 경쟁이다)을 유도하고 국제화된 경제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변호사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80퍼센트 정도의 합격을 보장할 경우 학생들은 합격만을 위하여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로스쿨처럼 합격 이후를 생각하는 여유를 갖고 다양한 법률지식을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한국형 로스쿨에서는 변호사 시험 합격 여부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수험교육이 아니라 대부분의 졸업생에게 변호사 자격증을 부여하므로 교육내용이 보다 다양하고 전문화된 법률지식을 습득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는 법률가 양성이 가능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그리고 법률안에서 각 로스쿨 입학정원은 150명 이하로 책정되어 있다. 전체 정원이 적은 상황에서 학교 수를 늘리기 위한 의도라고 본다. 학교별 차등을 두는 것은 당연하지만 규모가 큰 대학의 경우에 효과적 교육을 위해서는 적어도 200명 이상은 되어야 할 것이다. 재정적 차원에서도 이 정도 숫자가 유지되어야 교육의 질 저하가 방지되고, 발전을 위한 투자가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변호사시험 응시회수도 3회로 제한되어 있는데 너무 엄격하다고 생각한다. 학비문제가 언론에서 거론되는데 금융기관에서 대출형식으로 조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IV. 한국형 로스쿨의 발전모델

교육제도는 피교육자의 사고의 틀, 가치관을 형성하는 중요한 바탕이다. 특히 법률가에게 형평성을 유지하는 가치관이나 공익을 위한 의식, 정의감, 직업적 윤리의식은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의 법학교육제도는 법률가로서의 민주주의적 신념이나 공익에 대한 의식을 강하게 형성할 수 없는 제도적 결함을 지니고 있었다. 신림동 고시촌으로 대변되는 현실사회와 유리된 폐쇄적 수험생활은 한창 개방적이고 유연한 사고능력을 길러야 할 젊은 법학도들에게 정반대의 생활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폐인과 같은 생활, 언제 합격할지 알 수 없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고시낭인으로 평생을 일정한 직업 없이 살아가거나 가족의 도움으로 살아가는 한 때 능력 있던 젊은이들의 모습을 우리는 대책 없이 바라보았다. 법조인의 가치관 형성과 사고방식이 개인이 아니라 국민 전체에 대하여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환경 속에서의 수험생활과 이들에 대한 법학교육이란 낭비적이고 국가이익에 반하는 교육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현재의 사법시험제도와 법학교육제도는 국제화된 법률서비스 시장 환경 속에서 활동할 수 있는 법률가 양성이 사실상 불가능한 제도라는 점이다. 사법시험과 무관한 과목은 법률가로서 반드시 알아야 할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도외시 된다.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는 국가의 인력수급정책에도 적용되어야 할 목표이다. 그러므로 법률가 양성과 법학교육제도 역시 국제적 수준에 맞는 제도와 내용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법에 대한 지식과 함께 외국의 법제도에 관한 교육이 필수적이다.

다음으로 우리나라에 도입될 로스쿨은 학생교육 뿐만 아니라 취약한 국내 법률서비스 시장을 개선하기 위하여 변호사에 대한 재교육 기관으로서도 기능을 하여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발전하는 법률서비스시장에서 최신의 버전으로 대응하지 않고는 만족할만한 법률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또한 기업에 대한 법률서비스의 중점이 송무 중심, 즉 재판을 할 경우에만 제공되는 것을 지양하고 일상적인 기업 활동에 수반하는 법률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하여야 한다. 로스쿨은 이를 위하여 기업 및 로펌과의 유대관계를 통하여 변호사에 대한 재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 대한 교육방법이 강의실만이 아니라 로펌과 기업, 공공단체와의 협력을 통하여 현장교육을 병행 실시하여야 한다. 로스쿨이 실무교육만으로 이루지는 것은 아니며 탄탄한 이론교육 위에서 실무적 시각을 갖도록 교육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하여 지금까지 사법시험 준비 위주의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여유롭게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실무수습을 강의와 동시에 진행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V. 글을 마치며

우리나라에 로스쿨은 도입하려는 취지는 선발시험인 사법시험을 자격시험화 하기 위해서이며, 너무 낮은 합격률로 인한 장기간의 수험기간을 단축시켜서 학교 교육기간 중에 보다 다양한 법률지식을 습득하고, 미래를 위한 경험을 축적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에 있다. 소크라테스식 교육방법이 좋다거나 영미법이 우월하다는 사고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또한 단순히 변호사를 많이 선발하자는 취지도 아니다. 변호사를 시험이 아니라 교육을 통하여 배출하고, 교육의 내용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함으로써 젊은 법률가의 성장잠재력을 확장시키려는 것이 로스쿨 도입의 목적이다.

로스쿨은 위기에 처한 인문학을 살리고 학부교육을 정상화시키며, 대학입시경쟁을 일부나마 완화하는 데에 기여할 것이다. 교육부가 로스쿨 도입에 적극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법학을 공부하기 위하여 법대로 진학하지 않고 다른 전공을 공부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로스쿨 입학시험에는 법학 관련 내용은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로스쿨에 진학하고자 원하는 학생은 자기 전공에 충실하게 공부를 한 다음 로스쿨 진학을 하면 될 것이고, 지금처럼 법학 이외 전공 학생들이 학부 전공을 포기한 채 사법시험 준비에만 매달리는 폐해는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사법의 민주화를 주장하였지만 이를 이루는 토대인 법학교육제도 개혁은 이루지 못하였다. 일본 제국주의 시대에 식민지 통치에 순응하는 사법관료를 선발하는 방식을 독립국가가 된 이후에도 계속하여 온 결과 법치주의 발전은 뒤쳐지고, 법과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깊어만 갔다. 다행스럽게도 사법개혁위원회에서 도입을 건의한 로스쿨 추진안이 사개추에서 구체화되면서 이제 그 도입이 가시권내에 들어왔다. 국회에서 어떻게 내용이 바뀔지 모르지만 국민의 의지를 거스르는 변경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 국가발전에 부합하는 수준의 사법제도가 확립되는 것은 법치주의의 확립을 위해서도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2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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