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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단체, 변리사회 붕괴 나서나

개혁하다가 물 건너간 이후…변호사 단체 등 임의가입, 복수 단체화해야 (원제)

기사입력 : 2005.04.08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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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공보이사
대한변리사회

최근 자동으로 변리사 자격을 부여받은 변호사들이 소위 '법조변리사회' 설립에 나서 대한변리사회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더구나 법조변리사회 설립 발기문에는 대한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지원한다고 되어 있어 변호사단체가 변리사회 무너뜨리기에 나선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받고 있다.

변호사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단체가입이 강제되어 있는 변호사단체가 임의가입단체인 변리사회의 설립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심각하다. 이런 현상은 여러 해 전에 정부가 개혁을 추진하다가 중도에 포기해 버린 원죄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개혁을 추진할 때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일이다.

국민의 정부 초기에 규제개혁을 의욕적으로 추진했었다. 규제개혁의 대상 중에 전문가 단체의 강제가입을 임의가입으로 하고, 전문가 단체를 복수화하고, 전문자격자 등록업무를 정부로 환수시킬 국무총리 지침이 1998년말 마련되었고, 이 지침에 따라 변호사단체, 의사단체 등 협회들의 개혁할 법령 정비에 들어갔다. 이들 개혁의 주 관건은 변호사법이었겠지만 다른 전문가 단체 관련법도 대상에 포함되어 추진되었다.

이에 따라 버틸 힘이 약한 변리사법, 건축사법, 기술사법부터 개정에 착수하여 관련 단체들은 임의가입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정작 규제개혁의 목표라고 할 수 있는 변호사협회의 임의가입 문제는 변호사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끝내 개혁되지 못한 채 중지되었고, 이에 영향을 받아 공인회계사법, 세무사법 등도 중도에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힘이 약한 변리사, 건축사, 기술사 등 이공계통의 단체만 무장해제를 당한 셈이었다.

방사선 암치료, 규제개혁, 조직 통폐합 등 제도개선이나 개혁을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피해를 보는 쪽이 생기거나, 희생을 요구받는 부류가 있기 마련이다. 그 희생은 개혁이 완성되어 전체적, 궁극적으로 나라의 발전이란 대의명분에 맞을 때 의미가 있다.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변리사법, 건축사법, 기술사법 등 힘이 약해 먼저 희생양이 된 것이나, 암세포를 치료하기 위해 방사선을 조사하였을 때 강한 암세포를 죽이기 전에 희생당한 방사선에 상대적으로 약했던 건강한 세포의 희생... 이런 희생은 개혁을 끝까지 추진하고, 암세포를 제거할 때까지 치료가 계속되어야 희생가치가 있다. 임의가입화하지 않아야 할 단체를 없애고, 건강한 세포만 죽인 꼴이 되었다. 암세포에 대항할 건강한 세포가 사라져 버렸으니 더욱 암세포 세상이 된다.

예전 학교 다닐 때 외던 시조가 있다. '잘 가노라 닫지 말며 못 가노라 쉬지 마라/부디 긋지 말고 촌음(寸陰)을 아껴 쓰라/가다가 중지 곳 하면 아니 감만 못하니라'라는 이 시조의 마지막을 변형하여 '가다가 중지 곳 해도 간 것만큼 이익이다'라고 하여 웃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개혁은 추진하다가 중지 곳 한 것은 간 것만큼 이익이라 할 수 없다.

개혁을 추진하다가 중지 곳 해버렸더니 이젠 강제가입이 유지되어 잔뜩 힘을 키운 단체가 직역을 확대하기 위해 온갖 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으로 변호사단체는 로스쿨제도 도입을 반대할 뜻을 비추는가 하면, 2004년에는 '변리사, 세무사, 관세사 등'업무를 등록하지 않고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명문화하려는 변호사법 개정 입법청원을 하여 다른 단체의 반발을 산 바 있다. 변호사이기만 하면 다른 전문가 분야는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이른 바 변호사 만능이란 태도로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


급기야 이제는 대한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의 지원 아래 법조변리사회를 설립하려고 행동에 나섰다. 공익단체를 표방하는 법조변리사회를 설립하려면 설립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 현재 지식재산권제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데 대한변리사회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든지, 변리사회가 하나 있기 때문에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공익을 위해 이를 해결하기 위함이라든지... 그런 당위성을 설명하지 못하면서 단체 설립에 나서는 것은 그동안 변리사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변리사 자동자격 폐지,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의 실무상 배제금지'를 잠재우기 위한 기도로 오해받기 쉽다.

변리사단체는 국제적인 업무의 성격상 우리나라를 대표하여 민간협상을 담당할 경우가 많다. 이때 변리사회의 대표성이 인정되지 못하여 협상테이블에서 배제되는 사태라도 생기면 국익에 직결된다. 진짜 강제가입이 필요한 단체는 변리사회인데, 변리사회는 임의가입으로 만들어 공익활동에 제약을 주는 것이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

국제 협상에서 받을 수 있는 불이익보다 임의가입화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 대한변호사협회를 포함한 다른 단체도 모두 임의가입으로 개혁해야 한다. 다른 단체들이 법정 단체로 유지되어야 할 더 큰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개혁 프로그램은 끝까지 완성될 때 시작할 이유가 있다. 개혁을 시작한 것은 끝까지 완성하라.

고영회 대한변리사회 공보이사 /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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