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래 정부기관이 졸속으로 정책을 남발하고 그 시행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반발을 비롯한 여러 법적·정치적 문제들 기타 시행착오가 발생하고, 이로 인한 피해를 국민이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었던 사례가 많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천기흥)는 변호사가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의 정책 입안과 결정 그리고 집행과정에서 법률자문을 하는 『법무담당관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이렇게 역설하면서 법무담당관제의 도입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에 관한 청원서를 제출했다고 24일 밝혔다.
변협은 입법청원 의견서에서 “국가기관에 법무담당관제가 도입되면 정책이 합법적으로 수립·집행되며, 시행착오를 방지함으로써 예산낭비를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정부패를 현저히 방지할 수 있어 선진국으로 가는 깨끗한 공직사회의 실현에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변협은 이어 “학생의 인권보호 측면이 고려되지 않고 졸속 추진돼 반발과 많은 추가비용을 초래한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사업, 충분한 법적 검토 없이 무리하게 원전수거물 관리시설(방폐장) 설치를 추진해 초래된 부안 사태 등은 물론 아테네 올림픽 체조경기에서 오심에 대한 불복절차 규정을 알지 못해 소청이 기각됐던 일 등 정부의 권위가 국제적으로 실추 당한 것이 예”라며 “이런 불미스러운 사태들은 법무담당관 제도가 있었더라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변협은 또 “현재 일부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에 매우 적은 숫자의 변호사자격자가 법률관련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정책의 입안이나 결정 그리고 집행과정에 제대로 관여하지 못하고, 법규의 제정 및 개폐 과정에 관여하더라도 주도적인 역할은 법률전문가가 아닌 행정공무원이 담당하고 있어, 법률자문이 존중되는 미국의 법무담당관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협은 그러면서 “법무담당관은 정부기관의 정책결정자의 보좌기구가 가장 본질적인 기능으로 주된 업무는 ▲정책의 합법성 검토 ▲법률의견서 작성 ▲법안 마련 ▲입법에 대한 의견제시 ▲송무수행 등”이라며 “대통령이 취임시 정책목표를 달성하려면 입법을 해야 하는데 법무담당관이 그 역할을 수행할 것이며, 법치행정의 이념도 구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아울러 변협은 “법무담당관제를 도입할 경우 일거에 모든 정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 도입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며 “따라서 먼저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중앙 행정부처에 법무담당관을 두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하고, 기타 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변협에 따르면 미국의 연방중앙부처 법무담당관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정무직이고, 법무담당관실에는 신분이 보장되는 공무원인 변호사들이 근무하고 있는데 행정공무원인 변호사와는 달리 법정에 나가 변호사자격으로 소송대리를 할 수 있으며 현재 기관별로 국무부 168명, 교육부 110명, 노동부 500여명 등의 변호사가 법무담당관실에 근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협은 미국의 법무담당관의 신분을 근거로 법무담당관은 1급 상당 별정직국가공무원으로 할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