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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 고위법관은 대법관 ‘로열 로드(Royal Road)’

참여연대, 법원행정처 차장 거의 대법관·헌법재판관 임명

2005-03-21 13:26:30

법관에 대한 인사나 사법정책에 대한 연구 등을 수행하는 법원행정처가 대법관이 되기 위한 주요 경로인 ‘로열 로드(Royal Road)’라는 분석자료가 나와 이목을 끌고 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21일 ‘1970년대 이후 대법관 임명실태 분석’을 담은 『사법감시』 제24호를 발간하면서 “정확하게 대통령의 임기와 동일한 5년의 주기로 부침하는 사법개혁논의들이 나름대로 구체적 결론으로 포장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사법부 내부에 공공연한 비밀로 존재하는 로열로드를 찾았다”고 밝혔다.
참여연대가 1970년 이후 대법관에 임명된 법관 61명의 대법관 이전 직책 등을 조사한 결과 법원행정처 차장 경력을 가진 법관이 15명으로 전체의 24%를 차지했으며, 아울러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법정국장, 조사국장, 인사관리국장 등을 포함하면 법원행정처 고위법관은 23명으로 39.3%로 나타났다.

법원행정처 각 실국장 근무경력자를 보면 신정철(기획조정실장·법정국장), 이회창(기획조정실장), 윤영철(법정국장), 안우만(기획조정실장), 이임수(기획조정실장·법정국장), 윤재식(조사국장) 이강국(조사국장), 고현철(인사관리실장) 등이 있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는 “대법관이 된 61명의 법관들의 임명 당시 직책의 종류만 해도 모두 29개에 이른다는 사실과 비교할 때 법원행정처 차장의 비중은 절대적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 법원행정처 차장 23명 이후 직책…17명 대법관, 2명 헌법재판관 등 로열로드 입증
특히 역대 법원행정처 차장 23명의 차장직 이후의 최고 직책을 분석한 결과 대법관이 된 차장은 17명(73.9%)으로 가장 많았고, 헌법재판관과 서울고법원장을 맡은 차장은 각각 2명이었으며, 사법연수원장과 부산지법원장을 역임한 차장은 각각 1명으로 조사돼 참여연대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대법관이 된 경우는 한성수(법원행정처 차장 1대), 민문기(2대), 이병호(3대), 김윤행(4대), 김기홍(6대), 김덕주(7대), 오성환(8대), 최재호(9대), 박우동(10대), 김석수(12대), 박만호(13대), 이용훈(16대), 서성(17대), 변재승(18대), 손지열(20대), 김용담(21대), 양승태(22회) 차장 등 17명이다.

또한 헌법재판관으로는 김효종(19대), 이공현(23대) 차장이 있다.

참여연대는 “이런 결과는 법원행정처가 대법관이 되기 위한 주요 경로인 ‘로열 로드(Royal Road)’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이는 일반적 법원행정 사무 외에 법관 인사에 대한 사무와 사법정책에 대한 연구 등을 담당하고 있는 법원행정처가 사법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5공화국 기간 중에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과 같은 시국사건을 1차적으로 담당했던 서울형사지법 법원장이 대법관으로 임명된 비중이 높은 사실도 확인했는데 이는 대법관을 실질적으로 임명했던 정치권력의 의중이 직접적으로 반영된 것이라고 참여연대는 분석했다.

실제로 참여연대 조사결과 5공화국 기간 중 서울형사지법원장을 역임한 5명의 법원장은 5공화국과 6공화국 기간 중 모두 대법관으로 임명됐으며 당시 서울형사지법원장은 이정우(80∼81년), 김형기(81∼84), 정기승(84∼85), 황선당(85∼86), 안우만(86∼88) 등이다.
▣ 대법관 임명 기수·서열파괴는 단 2번뿐…이후 다시 관행으로 돌아서

참여연대는 또한 대법관 임명순서별 법관의 고시(사시)기수 조사를 통해서는 그동안 승진형 대법관 임명이라고 비판받아 온 기수 및 서열 위주 대법관 임명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그러면서 1970년 이후 최근까지 대법관을 임명한 23회 중 고등고시나 사법시험 합격과 같은 기수별 순서를 벗어나 대법관을 임명한 경우는 단 2회뿐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보면 97년 9월 사시1회 출신 법관까지 임명되다가 그 다음 임명시기인 98년 8월에야 비로소 사시4회인 조무제 대법관이 임명됨으로써 사시 2∼3회를 뛰어넘는 기수 및 서열위주의 관행이 깨졌다.

그러나 조무제 대법관 임명 이후 곧바로 사시1회인 변재승 대법관, 사시2회인 이용우 대법관을 임명하면서 기존 기수위주의 관행으로 돌아가 계속 임명됐다.

기수를 깬 또 한차례의 사례는 지난해 8월 사시12∼19회를 뛰어넘어 사시20회인 김영란 부장판사가 임명된 경우이나 이 또한 지난달 사시12회의 양승태 특허법원장이 대법관으로 임명됨으로써 또 다시 기수 및 서열위주로 돌아섰다.

▣ “로열로드, 대법관 승진이라는 내부적 불문율이 세습되는 통로로 작용”

법원의 ‘로열로드’를 파헤친 사법감시 제24호를 발행한 한상희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발행사에서 “정확하게 대통령의 임기와 동일한 5년의 주기로 부침하는 사법개혁논의들이 나름대로 구체적 결론으로 포장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사법부 내부에 공공연한 비밀로 존재하는 로열로드를 찾았다”고 말했다.

한 소장은 그러면서 “현재 사법개혁의 논의가 어느새 개혁대상인 사법부가 개혁의 주체로 자리바꿈하고 이들의 관료적 집단의사에 의해 거의 모든 작업이 주도되는 식으로 바뀌었음을 바라보게 되면서 로열로드의 존재를 새로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로열로드는) 대법관으로 상징되는 사법부 수뇌부를 충원하기 위한 인력풀이라는 의미를 넘어, 대법관으로의 승진이라는 내부적 불문율이 세습되는 통로로 작용하기도 한다”며 “사법부 엘리트를 집합시키고 그 능력을 활용하는 싱크탱크로서의 역할과 더불어 그들을 훈육하고 통제하는 제2의 사관학교로서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소장은 “한마디로 로열로드를 질주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법관이 아니라 법관료로 여과돼 버리며, 이 과정에서 이들의 ‘지도’하에 전국의 법원을 일렬로 줄세우면서 근대사법 110년사 내내 떨쳐버리지 못했던 강력한 중앙집권적 법관료 체제로서의 우리 사법제도의 병리가 재상산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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