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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 교수들 왜 화났나?

법학교육개혁을 위한 교수연합(법교련) 출범에 즈음하여 - 김동훈 국민대 교수

2005-03-17 10:34:32

김동훈 국민대 교수
법교련 홍보위원장

3월 15일 오후 전국 각지에서 온 100여명의 법대 교수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법학교육개혁을 위한 교수연합>의 출범식을 갖기 위해서다. 이러한 모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교수들 사이에 말이 오가기 시작한 지 한달여만에 출범식을 갖게 된 것이다.

대학교수란 그래도 자신들이 이 사회의 양심의 보루라는 알량한 자존심으로 사는 사람들이어서 자신과 관련되는 일이라도 이악스럽게 제 목소리를 내는데에 익숙하지 못하다.

혹시나 교수들마저 제밥그릇 챙기겠다고 나서는 볼상스러운 모습이 되지나 않을까 하는 자기검열이 내면화된 탓일게다. 게다가 교수란 제각기 독립기관이어서 자기 방에서 꼼지락거리기나 하지 무슨 대회에 참석한다거나 일치된 행동을 보이거나 하는 것과는 생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샌님들이 급속히 출범식이라는 것을 가지면서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은 심상치 않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출범식 당일날 낭독된 성명서 “법학교육개혁을 위한 전국법학교수들의 결의”에 두 주만에 무려 413명이 친필서명했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9백여명 법대교수의 절반에 육박하는 숫자이며 시간의 촉박함을 고려하면 가히 놀라운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저마다 이 사회의 법치주의의 보루임을 자부하는 법대교수들을 이렇게 화나게 만든 것일까?

이를 위해서는 먼저 당일 낭독된 성명서의 문안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장문의 성명서에서 눈에 띄는 몇구절만 인용해본다.

“항간에 들리는 바와 같이 입학정원을 소수로 하는 로스쿨의 설립을 사법개혁추진위원회가 추진한다면 이는 특정직역의 이익만을 앞세워 이 시대 국민의 여망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이 될 것이다” “법학교육 현장의 주체들이 배제된 법학교육개혁의 논의는 새로운 사회적 갈등을 낳다가 실패하고 말 것이 명약관화하다” “역량과 의지를 갖춘 법학교육기관에는 모두 참여의 기회가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을 거스르는 일일 뿐 아니라 정의에 반하며 위헌적이다.”

이 성명서는 마치 독립선언서의 공약삼장과 같이 말미에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하나 - 법조인 수의 대폭 증가를 전제하지 않는 법학교육개혁 개편 움직임에 반대한다. 하나 - 총 입학정원을 소수로 제한하는 법학전문대학원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며 국민의 여망에 대한 배신이다. 하나- 법학교육개혁의 졸속?밀실추진을 중단하고 법학교육개혁 논의에 진정한 법학교육계 대표를 참여시켜라”

사실 로스쿨 문제가 급박하게 진행된지도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법대교수들이 진작에 집단적으로 사회에 대해 발언하기를 자제해 온 것은 아직 그 모습이 구체화되기도 전에 성급한 발언이 혹시나 자신들의 밥그릇이나 지키고자 하는 이전투구의 모습으로 비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았음이 사실이다.

이에 비해 로스쿨을 통한 법조인 수의 증원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해온 대한변호사협회의 신임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이른바 ‘생변’(생계를 걱정하는 변호사들의 모임)이라는 단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올 지경이라며 "로스쿨의 정원은 처음 약속한 대로 1200명선을 넘어서는 안되며, 로스쿨의 인가와 교육과정에 교육부만이 아닌 변호사단체가 적극 관여해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가족챙기기에 나섰다.

그러나 자신의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면에서 생각하면 법대 교수들이 더욱 절박하다. 대부분의 법대 교수들은 솔직히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면 그저 이대로가 좋은 것이다. 로스쿨 체제가 도입되면 적지 않은 법대 교수들은 로스쿨체제에 편입되지 못하고 그 신분이 불안하게 될 수도 있다.

또한 교육과정은 전문직으로서 법률가를 양성하는 것이므로 강도가 높아질 것이고 교수직 수행에 대한 압박감도 더할 것이다.

이러함에도 법대교수들이 로스쿨 도입이라는 결정을 일견 수용하는 태도를 취한 것은 현재의 사법시험에 의한 법조인 선발체제에 따른 법학교육의 파행과 그에 따르는 법률서비스의 국내적 독점화 및 국제경쟁력의 약화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아무쪼록 이러한 제도적 변화를 계기로 하여 우리나라의 법학교육이 정상화되고 우리 사회의 중추가 될 법률가들이 더 이상 폐쇄적인 수험공부를 통해서가 아니라 정상적이고 충실한 교육을 통해 길러지기를 바라는 교육자로서의 충정이 있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그간 어쩔 수 없는 환경이었다해도 수험법학에 기생해서 안주해온 자신들의 역할에 대해 뼈아픈 반성의 마음도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급속히 진행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법학교수들의 입장은 비통한 것이었다. 무엇보다 법조인의 교육을 어떻게 정상화시킬 것인가를 논의하는 마당에 정작 그러한 법학교육을 현장에서 담당할 법학교수들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또 그 의견을 반영할 통로도 마련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사법개혁위원회나 사개추위에 법학교수들이 몇 분 관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그들의 법학교수들의 대표성이 매우 의심된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어떤 연줄로 거기에 들어갔는지도 잘 모르거니와 그들이 진지하게 다수의 법대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해보았다는 말도 들어본 적이 없다.
결국 법대교수들은 역할상 로스쿨 논의의 가장 중심에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장 무시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는 마치 로스쿨이 실무교육기관인 듯 오해한 자들로부터 로스쿨이 도입되면 지금의 법학교수들은 다 실업자가 될 것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지금처럼 변호사협회 등의 압력에 밀려 항간에 떠도는대로 로스쿨의 총입학정원을 소수로 한정하여 이를 소수의 몇몇 메이저대학에 배분하는 것이라면 이것은 성명서에 언급한 대로 ‘부정의한 것이며 위헌적이며 국민에 대한 배신’인 것이다.

이미 법학교수연합은 이러한 안이 만에 하나 구체화될 경우를 대비하여 그 위헌성의 검토작업에 들어가있다. 위헌성 이전에 법대교수들의 양식이 이를 용납하지 못할 것이며 두 주만의 열화같은 서명작업이 이미 보여주듯이 전국의 법대교수들이 이러한 기만행위를 성토하기 위하여 거리로 뛰쳐나오는 불행한 사태가 감히 예견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결국 로스쿨을 도입하려면 제대로 도입하여야 한다. 로스쿨의 도입이 어떻게 법학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교육의 전문가인 교수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같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또한 로스쿨 도입과 논리적으로 상충하는 총정원제 운운하는 발상을 근본부터 잘라내야 한다. 그리하여 변호사라는 자격의 취득이 사회의 특권계급에 진입하는 증명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법치주의의 확립과 확산에 기여하는 전문가가 되기 위한 기나긴 수련의 여정의 출발에 불과한 것으로 격하되어야 한다.

그런 다수의 법률가들이 사회의 다방면에서 전문분야를 개척해나갈 때 국민에 대한 사법서비스도 개선되고 우리 법조의 국제경쟁력도 높아지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생길 것이다. 우리 법대교수들은 그러한 방향으로의 개혁이 이루어질 때까지 학자적 양심과 교육자적 사명감을 가지고 목소리를 높여갈 것이다.

부디 바라기는 사회의 마지막 보루인 법대 교수들이 극한적인 투쟁의 방식을 택하지 않도록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대화의 장이 마련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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