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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제 헌법불합치결정…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 위배

헌재, 사실상 위헌결정…호적법 개정 때까지 잠정 적용

2005-02-04 02:39:29

현행 호주제는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을 규정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김영일 재판관)는 3일 호주제를 규정한 민법 제778조와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 제826조 제3항 본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사건(2001헌가9 등)에서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이들 조문에 대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면서도 “단순위헌결정을 하면 호주를 기준으로 가(家)별로 편제토록 돼 있는 현행 호적법이 그대로 시행되기 어려워 신분관계를 공시·증명하는 공적 기록에 중대한 공백이 발생하게 되는 만큼 입법자가 호적법을 개정할 때까지 잠정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필요해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헌법불합치결정은 해당 법률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위헌 결정으로 인한 법적 공백을 막기 위해 입법자가 법을 개정할 때까지 일정기간 해당 조항의 효력을 유지하거나 한시적으로 중지시키는 결정이다.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호주제를 둘러싼 위헌 논란은 종지부를 찍게 됐으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호주제 폐지를 위한 민법개정안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경로효친 근거로 호주제의 명백한 남녀차별 정당화할 수 없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가족제도가 역사적·사회적 산물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더라도 가족법이 헌법이념의 실현에 장애를 초래하고, 헌법규범과 현실과의 괴리를 고착시키는데 일조하는 가족법은 수정돼야 한다”며 “숭조(崇祖)사상, 경로효친, 가족화합과 같은 전통사상은 문화와 윤리의 측면에서 계승·발전시킬 수 있는 만큼 이를 근거로 호주제의 명백한 남녀차별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어 “호주제는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로 ▲호주승계 순위 ▲혼인시 신분관계 형성 ▲자녀의 신분관계 형성에 있어 정당한 이유 없이 남녀를 차별함으로써 많은 가족들이 현실 생활과 가족의 복리에 맞는 법률적 가족관계를 형성하지 못해 불편과 고통을 줬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현행법상 부모가 이혼하고 모(母)가 자녀의 친권자이자 양육자로서 자녀와 함께 살면서 자녀를 모가(母家)입적 하려해도 자녀는 여전히 부가(父家)에 소속되고 부(父)가 자녀의 호주로 될 수밖에 없으며 또한 여자가 재혼해 재혼부(父)의 동의하에 전부(前父) 소생의 자녀와 함께 살더라도 전부(前父)의 동의가 없으면 자녀와 각기 다른 가(家)의 구성원이 될 수밖에 없다.

헌재는 특히 “호주제는 당사자의 의사나 복리와 무관하게 남계혈통 중심의 가(家)의 유지와 계승이라는 관념에 뿌리박은 특정한 가족관계의 형태를 일방적으로 규정·강요함으로써 개인을 가족 내에서 존엄한 인격체로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가(家)의 유지와 계승을 위한 도구적 존재로 취급하고 있다”며 “이는 혼인·가족생활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에 관한 개인과 가족의 자율적 결정권을 존중하라는 헌법 제36조 제1항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합헌의견 “도식적인 평등 잣대로 전통가족문화 송두리째 부정돼선 안 돼”

반면 김영일·권성·김효종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통해 “가족법의 영역에서 도식적인 평등의 잣대로 전통문화를 함부로 재판함으로써 전통가족문화가 송두리째 부정되고 해체되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합헌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특히 “처와 자의 부가(父家)입적 원칙 및 호주승계제도는 전통과 현실에 기초한 것일 뿐만 아니라 여성에 대한 실질적 차별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려워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고 또한 호주제가 신분관계를 일방적으로 형성되는 측면이 있더라도 임의분가나 호주승계권 포기 등 완화제도를 두고 있어 개인의 존엄을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만큼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호주제에 대한 위헌제청은 2001년 4월 서울지법 서부지원이 이혼녀 Y씨의 신청을 받아들인 이후 모두 8건으로 늘어났으며, 신청인들은 부(父)가 호주로 돼 있는 가(家)를 호주가 없는 가(家)로 바꾸기 위해 호주변경신고를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냈다.

헌재도 사회적 파장을 감안해 2003년 11월 여성부장관과 성균관측의 주장을 듣는 공개변론을 시작으로 지난해 11월까지 모두 5차례 공개변론을 열어 이해관계인이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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