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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X파일, 핵심 문제 뭔가!?

안성조 로마켓 연구위원은 경기대 법대 겸임교수입니다

2005-01-27 14:12:32

안성조 로마켓 연구원

연예인의 사생활을 수록한 ‘X-파일’은 급속도로 퍼져나가면서 파장이 크게 번지고 있다. 이 X-파일은 연예인 125명의 신상명세와 평가를 비교적 상세히 기록했는데, 문제는 성적(性的) 취향을 포함한 지극히 개인적인 일들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내용이 대부분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떠도는 소문·추측을 모은 것에 불과하다. 설령 사실로 확인됐다고 하더라도 공개해서는 안 될 내용들이다. 스타를 쫓는 대중적 호기심과 맞물려 확대재생산돼 파일상의 소문이 사실로 오인될 가능성까지 높아지고 있어 대상자들의 인권침해가 심각하다. X-파일을 작성 자체도 문제고 그것을 소홀히 다룬 회사의 잘못도 크지만 처음 인터넷에 공개한 네티즌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엄청난 파급력을 특징으로 하는 인터넷 기술을 마음껏 이용하면서도 그에 미치지 못하는 윤리의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이버윤리 확립과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법적 보완에 온 사회가 힘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

담도 국경도 없는 인터넷의 파괴력이 엄청나다. 일단 사이버 공간에 들어가면 빛의 속도로 확산된다. 그 속도성 때문에 ‘X-파일’은 순식간에 일본, 중국, 대만 등지까지 퍼져나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여기에 이름이 올라 있는 한류 스타의 일본홈페이지에는 일본 팬들의 접속이 폭주함으로써 한창 타오르고 있는 한류열풍이 식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인터넷 매체의 특성상 일단 유출된 정보들은 되담기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 취급자들은 투철한 윤리의식이, 관리자들은 엄격한 통제가 필요한 것이다.

무엇보다 먼저 정보관리자들의 직업윤리가 강화돼야 한다. 이번 일은 광고기획사로부터 보고서 작성을 의뢰받은 조사업체의 한 직원이 중간과정의 파일을 유출시킨 데서 비롯됐다. 본인의 동의 없이 사생활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정리한 것도 심각한 개인정보침해다. 헌법상 권리인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이 파일은 연예인의 사생활은 물론, 확인되지 않은 소문, 인격모독 내용까지 싣고 있다. 조사업체 직원은 이런 개인정보를 “재미있는 게 있다”며 친구한테 보여주었고, 이로부터 사태가 번졌다. 직업윤리에 투철했던들 이 파일을 쉽게 다른 이에게 넘겨주지 않았을 것이다. 방송 리포터와 스포츠지 기자 등 심층인터뷰에 응한 이들 역시 직업상 취득한 정보는 보도하는 것 이외에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직업윤리규범를 위반했다. 정보인권은 고사하고 명예훼손이나 인격권에 대한 의식조차 찾아볼 수 없다. 이번 일이 인권의식, 특히 정보인권에 대한 사회적 자각을 일깨우는 데 일대 전기가 돼야 한다.
범죄의 가해자라는 의식 없이 막연한 호기심으로 인터넷에 파일을 퍼뜨리는 네티즌들의 윤리의식에도 경종이 울려져야 한다. 익명의 다중은 얘깃거리일지 몰라도 그 당사자에겐 치명적인 뭇매가 된다. 장난삼아 던지는 돌이 개구리를 죽이는 꼴이다.

시중에 나도는 악성루머를 여과 없이 모아놓은 정보란 것이 사생활 침해를 넘어 인격권에 대한 테러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활짝 열린 사이버상에 이런 내용을 올려놓은 사람은 ‘사이버인격 테러범’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연예인은 얼마간 정보공개를 감수해야 하는 공인이다. 그래서 직업성격상 어느 정도 사생활 공개를 감수해야 한다지만 사실 확인과 동의 없는 사적인 정보유출은 엄격히 다스려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급속한 정보화로 개인정보가 모두 드러나 발가벗고 사는 거나 다름없다는 푸념이 날로 늘어나는 심각한 상황에서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이용해 거리낌없이 인격테러를 가해도 되는 대상은 아니다.

우리는 지난 수년간 성장한 정보통신산업을 배경으로 전자정부수준, 초고속인터넷 보급률, 인터넷 이용자수에서 세계 최고의 지식정보화 선진국으로 나설 수 있는 기반과 환경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정보화의 급속한 발전이면에는 인터넷을 통한 불법 유해 정보의 무분별한 유통, 음란·폭력 사이트, 불건전한 커뮤니티·동호회, 해킹이나 바이러스 침투, 개인정보 유출, 사이버 폭력, 언어폭력과 언어훼손 그리고 불법복제와 스팸 메일 등 정보화 역기능들이 심각하게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세계 최고수준의 인터넷 초고속망을 익명성 속에 숨어 남의 인격권 침해 수단으로나 쓰는 천박함으로는 고도의 선진문화를 이룰 수 없다. 이번 일은 인터넷 인성의 함양과 인터넷 문화의 개선과 제도보완이 절실함을 또 한번 일깨운다.

여러분의 개인정보는 안전한가? 인터넷시대에 누구나 X-파일 사이버테러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공개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자료를 인터넷에 방치해서도 안 된다. 방화벽을 이중 삼중으로 쳤더라도 해킹 당할 개연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아무리 방패를 튼튼하게 만들더라도 곧 그 방패를 뚫는 창이 생기는 곳이 사이버세계다. 남을 인터넷에 발가벗겨 놓고 히히덕 거리는 것처럼 나 자신이 언제 그런 일을 당할지 모른다. 공개적인 사이버공간에 글이나 자료를 올리는 행위에는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 인터넷은 확인되지도 않은 소문을 마구 올려도 괜찮은 치외법권 지대가 아니다. 인터넷시대에도 꼭 보호해야 할 프라이버시는 있다는 사실을 각자 명심해야 하겠다.

인권을 침해당한 관련 연예인들과 연예기획사는 공동으로 법적 대응을 모색하고 광고기획사에 출연을 거부하기로 했지만 사후약방문 격이다.
인권침해를 아랑곳 하지 않고 주요 사이트게시판마다 ‘X-파일’을 구하려는 네티즌들의 주문이 잇따르고 있어 인터넷 위력과 함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사회적 원칙과 기준을 마련할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한다. 아울러 지금도 막막한 인터넷 바다에서 수없이 떠도는 사생활 침해 악성 자료 등의 유포를 막을 다각적인 대책도 세워야 한다.

인간이 ‘인터넷 포로’가 되어버린 정보화시대에 이러한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처리를 포괄적으로 규제하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제정하고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교육을 높여 나가야 한다.

개인정보보호법 제정은 1999년 탤런트 O양의 비디오가 유포됐을 때부터 제기됐었으나 지금까지 미뤄왔다. 개인정보 및 사생활 보호에 대한 무관심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이번 ‘X-파일’유출사건을 계기로 인터넷 실명제는 물론 타인의 개인생활을 조사 및 유포할 때는 본인의 승낙을 받도록 하는 등 개인정보 보호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정보화 역기능으로 나타나는 행위는 범죄행위이며 정보범죄에 따르는 처벌이 무엇인지에 대한 경각심도 교육을 통하여 고취시켜야 한다.

인터넷 전송기술 등이 날로 발전하는 상황에서 ‘X-파일’처럼 법의 미비를 틈 탄 인터넷 폭력이 더 이상 용납되지 않도록 유익하고 건전한 정보의 제공자인 동시에 수혜자인 모두의 정보통신윤리의식 함양과 확실한 기술적·법제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 칼럼은 (주)로마켓아시아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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