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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잘 버는 변호사…벽에 머리 찧고 싶은 변호사

김재경 의원 “지인에게 포장마차 얘기 엄두 못 내”

2005-01-14 02:50:37

서울지검 검사를 지내고 위풍당당하게 제17대 국회에 입성한 경남 진주 출신의 한나라당 김재경(44)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 ‘김재경 essay’ 코너에 돈 잘 버는 변호사로 알려져 겪는 어려움과 소위 ‘준조세’로 통하는 각종 찬조금에 대한 부담을 털어놔 눈길을 끌고 있다.

김 의원은 검사출신이어서 그런지 먼저 “검사 부인들끼리 모여 하는 우스개 소리”라며 “판사는 사람은 안 들어오고, 변호사는 사람은 안 들어와도 돈은 들어오지만, 사람도 돈도 안 들어오는 집이 검사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이 말대로라면 변호사는 상당한 돈을 번다는 것인데, 적어도 내가 아는 변호사들은 대부분 이와는 반대”라며 “(진주에 있는) 변호사들 중 우리 사무실이 상대적으로 업무가 많은 편이고 세금도 많이 내다보니, 실속은 모른 채 꽤 많은 돈을 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라고 검사시절은 물론 변호사로서 돈을 잘 벌지 못하고 있음을 표현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지인(知人)과의 술에 관한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오랜만에 아는 사람을 만나 그냥 헤어지기 섭섭해 술 한잔하자고 하면, 친분이 두텁지 못해 평소 술 습관이나 사정을 모르는 경우는 별 거리낌 없이 고급 술집으로 간다”며 “‘어디 가서 맥주나 한 잔 하지’하면 나중에 ‘그 자식 돈 많이 번다더니 술 한 잔 사면서 그 모양이더라’라는 말이 들려 졸지에 술을 사고 소심하기 짝이 없는 자린고비로 전락하고 말아 포장마차 이야기를 아예 꺼내볼 엄두도 내지 못해 답답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털어놨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경상) 대학 동기 중 나까지 3명이 변호사인데 진주에 있는 M변호사와 둘이 만나면 저녁 먹으며 소주를 마시고 헤어지거나 맥주 몇 병 더 마시는 게 전부이고, 창원에 있는 E변호사까지 그 돈 잘 버는 변호사 세 명이 만나도 카페 아니면 노래방 정도”라고 비교했다.
그는 또 “한 달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이 50만원이고, 고시 공부하는 형편이 어려워 대학 후배들에게 하숙비 보조해 줄 때도 1인당 한 달에 20만원씩 밖에 못 줬다”며 “돈이 없지는 않겠지만 아무 명분도 이유도 없이 하루 저녁 술값으로 200여만원을 낭비하고 나면 후배들이 1년 공부할 돈을 단 몇 시간만에 쓴 것 때문에 뒷날 머리를 벽에 찧고 싶다”고 돈 잘 버는 변호사로 알려져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내가 아는 한 변호사는 월급 받는 경우 보다 좀 나을지 모르지만 매월 20일 정도까지는 직원들 월급이나 사무실 운영비를 걱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각종 동창회비, 출신학교나 지인들의 단체 행사에 찬조도 해야 하는 준조세도 엄청나다”면서 “불우이웃 돕기 명목으로 각종 모임에서도 우편을 보내오는데 대부분이 돈을 낼 사람들이 금액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 가는 측에서 정해 주는 대로 지불해야 한다”고 소위 ‘준조세’에 대한 부담을 호소했다.

김 의원은 끝으로 “변호사뿐만 아니라 모든 직업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면 돈을 잘 벌 수는 있지만 각자가 직업윤리에 따르고 공정한 경쟁을 해야 하는 경제체제 아래서 어떻게 자기 벌고 싶은 대로 벌겠느냐”며 “열심히 노력해 번 재산은 아껴 소중하게 써야 한다는 게 평소 생각이며, 정당하게 노력해야만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함부로 쓸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재경 의원은 11일 올린 ‘돈 잘 버는 변호사’외에도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20개의 인생이야기를 담은 글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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