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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헌법재판소

가족해체 유발하는 '성급한 협의이혼' 방지책 없나

서울가정법원 공청회…개선안 찬반의견 팽팽

2004-12-17 16:10:53

서울가정법원 가사소년제도개혁위원회(위원장 한명숙 열린우리당 의원)가 세계 최고의 이혼율을 사실상 법원이 방치해 가족해체를 촉진시키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혼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기 위해 16일 서울중앙지법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협의이혼과 상담’ 공청회에서 성급한 이혼을 막기 위해 ▲이혼 숙려기간 도입 ▲이혼 전 상담명령 제도화 ▲협의이혼 요건 강화 등 다양한 개선 방안들이 제시됐다.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은 “이혼 숙려기간은 이혼에 따른 문제들과 이혼 후 대책도 없이 성급하게 이혼함으로써 가정과 사회 그리고 미성년자의 복리에 큰 파급효과를 미치게 되는 결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이라며 “법원의 실질적인 개입 없이 협의이혼의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에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곽 소장은 “다만 이혼 숙려기간은 법원이 심사과정에서 가정폭력 등과 같이 이혼의 원인이 급박하고 당사자간의 합의도출이 무의미할 경우 법원의 판단에 따라 예외로 할 수 있다”며 “이혼 숙려기간이 효과를 갖기 위해서는 이혼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 제공과 당사자간의 합의유도 등을 제공할 수 있는 이혼 전 상담이 제도화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매경 서울가정법원 판사는 “현행 협의이혼제도는 법원에서 이혼의사 합치여부와 미성년자의 친권행사자 지정 여부만을 확인 받고 호적관서에 3개월 이내에 신고하면 이혼이 된다”며 “이혼의 85% 가량이 협의이혼인데 현행 제도는 이혼결정의 신중성이나 이혼 후 결과에 대한 합의 및 이행을 담보할 어떠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판사는 “국가가 개인의 이혼문제까지 개입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가족관계의 해체에 따라 각종 사회적 병리현상이 야기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국가가 이혼에 개입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협의이혼 과정에서 미성년자녀의 복지를 위해 이혼 숙려기간, 상담·교육제도, 합의서 제출 의무화 등 협의이혼 확인제도의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철원 아이맘심리상담소장은 “이혼을 원하는 부부들이 협의이혼이나 재판이혼 과정을 밟는 것과 무관하게 이혼과정이나 이혼 후의 개인생활, 자녀와의 관계, 재산분할의 문제에 대한 교육적 상담뿐만 아니라 개인의 안녕과 행복추구를 위한 심리상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그러면서 “현재 가사소년제도개혁위원회에서 숙려기간의 도입 여부와 그에 따른 상담의 권고 또는 명령에 대한 토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법조항에 명시할 것인지 판사의 재량에 맡길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열린 지정토론에서는 주제발표자들의 이혼 숙려기간, 상담명령, 협의이혼확인서 제출 의무화 등에 대한 다양한 찬반의견들이 쏟아졌다.

김삼화 변호사는 “협의이혼의 경우 숙려기간과 상담을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도 “이혼 숙려기간이 그저 지나가기만을 원하는 쪽으로 진행될 수도 있어 국가적 비용의 불필요한 낭비와 국민의 불신과 불평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이혼 전 상담을 의무화하는 것 보다 숙려기간 동안 상담을 권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준기 정신과 전문의는 “이혼 숙려제도의 도입과 이혼 전 상담을 의무화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 속에 빠져 있는 부부에게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긍정적인 의미가 훨씬 더 많다”며 “이혼 전 상담은 불필요한 이혼을 예방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흥안 건국대 법대 교수는 “이혼 당사자의 합의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토록 하는 것은 협의이혼을 재판이혼으로 만드는 것으로 적절하지 않다”며 “다만 이혼 전 상담제도를 이용해 당사자들이 자발적으로 합의서 작성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박인혜 한국여성의 전화연합 상임대표는 “경솔한 이혼 방지, 미성년자녀의 복지 보호, 이혼 당사자들의 권리 확보와 가족들의 행복추구를 위해 이혼 숙려기간을 도입하더라도 이혼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며 “이혼하려는 사람과 안 하려는 사람 각각에게 이혼에 앞서 당사자들의 권리확보 등의 정보를 제공해 주는 사회적 지원을 하면 된다”고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선재성 광주지법 가정지원장은 “숙려기간과 상담교육의 의무화는 기본적으로 찬성한다”면서 “그라나 가정법원이 가정분쟁의 근본적인 해결이 장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국민에게 도움이 될 것인 만큼 법원의 인적·물적 설비가 부족하다는 현실론에 입각해 타협적인 개선책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손애리 여성부 사회문화담당관은 “이혼 숙려기간의 도입 여부는 어느 정도 합의가 선행되고 구체적인 적용범위와 방법에 관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고, 이혼 전 상담명령제도 또한 부작용을 먼저 신중하게 검토한 뒤 제반 여건과 환경이 갖추어졌는지 현실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는 200여명의 방청객이 참여했으며, 지가사소년제도개혁위원회는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수렴, 내달 28일께 최종 확정안을 마련해 발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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